세로토닌과 우울증: 생각보다 복잡한 관계
우울증이 단순히 세로토닌 부족 때문이라는 설명은 과학적으로 불완전하다. 세로토닌 가설의 역사와 한계, 새로운 관점을 정리한다.
"우울증은 세로토닌 부족 때문이다." 이 명쾌한 설명은 수십 년간 대중 사이에서, 그리고 일부 의료 현장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항우울제가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많은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이 설명의 근거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실제 과학적 증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훨씬 더 복잡하다.
세로토닌 가설의 기원과 균열
우울증의 모노아민 가설은 1960년대에 탄생했다. 결핵 치료제인 이프로니아지드가 모노아민(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한편 기분을 개선한다는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세로토닌에 초점을 맞춘 가설이 제약산업의 SSRI 개발과 맞물리면서 주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몇 가지 불편한 사실이 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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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RI는 투약 수시간 내에 시냅스의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지만, 항우울 효과가 나타나려면 4~6주가 걸린다. 만약 세로토닌 부족이 원인이라면, 왜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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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의 혈중 또는 뇌척수액 세로토닌 수치가 일관되게 낮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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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을 감소시키는 실험적 조작(트립토판 고갈)이 건강한 사람에게 우울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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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넵틴(tianeptine)이라는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재흡수를 촉진하여 시냅스 세로토닌을 오히려 낮추는데도 항우울 효과가 있다.
2022년의 논쟁
2022년 조안나 몬크리프(Joanna Moncrieff) 연구팀이 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한 체계적 우산 리뷰(umbrella review)는 세로토닌 가설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 리뷰는 "세로토닌 활동이나 수치의 저하가 우울증과 관련된다는 일관된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논문은 미디어에서 "항우울제가 효과 없다"는 식으로 보도되기도 했는데, 이는 중대한 오독이다. SSRI가 많은 환자에게 효과적이라는 임상시험 증거는 상당히 탄탄하다. 문제는 그 효과의 메커니즘이 단순한 세로토닌 수치 회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SSRI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SSRI의 지연된 효과와 관련하여 현재 유력한 가설들이 있다:
신경가소성 가설
SSRI의 장기 투여가 BDNF 같은 신경영양인자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해마의 신경발생을 촉진하며, 시냅스 가소성을 회복한다는 가설이다. 우울증이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가소성의 저하와 관련되며, SSRI가 이를 되돌린다는 관점이다. 에로 카스트렌(Eero Castrén)의 연구가 이 방향을 이끌고 있다.
신경 네트워크 재구성
SSRI가 감정 편향(emotional bias)을 변화시켜, 부정적 자극에 대한 주의를 줄이고 긍정적 자극에 대한 반응을 높인다는 가설도 있다. 캐서린 하머(Catherine Harmer)의 연구에 따르면, 이 효과는 투약 수일 내에 나타나지만, 환자가 주관적으로 기분 개선을 경험하려면 이 새로운 감정 편향이 축적되어야 한다.
우울증의 복잡성
우울증을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현재 과학이 시사하는 바는, 우울증이 여러 신경생물학적 시스템의 복합적 기능 이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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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의 과활성화와 만성 스트레스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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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염증과 미세아교세포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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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 축의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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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과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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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회로(복측 선조체, 전전두피질)의 기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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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취약성과 환경적 스트레스의 상호작용
세로토닌 가설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이유로 항우울제 치료를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 가용한 항우울제들은 불완전하지만 효과적이며, 많은 환자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 동시에, 그 작용 기전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더 효과적이고 개인화된 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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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외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