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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조기 진단의 혁명: 냄새에서 피 한 방울까지

파킨슨병을 운동 증상 전에 진단할 수 있을까? 알파-시누클레인 검사부터 피부·혈액 바이오마커까지 최신 연구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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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neuroscience#parkinsons-disease#neurodegeneration

파킨슨병은 도파민 뉴런이 60~80% 소실된 이후에야 떨림, 경직 같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단 시점에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의 뇌 손상이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파킨슨병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 신경퇴행의 초기 단계에서 질환을 포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다.

비운동 증상: 뇌가 보내는 초기 경고

brain neuroscience and DNA research

파킨슨병은 운동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비운동 증상이 운동 증상에 수년에서 수십 년 앞서 나타난다.

  • 후각 장애: 파킨슨 환자의 약 90%에서 관찰되며, 진단보다 10년 이상 먼저 나타날 수 있다. 후각 검사(UPSIT 등)는 비교적 간편하면서도 유용한 선별 도구다.

  • 렘수면행동장애(RBD): 렘수면 중 근육이 이완되지 않아 꿈을 행동으로 옮기는 장애로, RBD 환자의 약 80%가 10~15년 내에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로 전환된다.

  • 변비: 장 신경계의 알파-시누클레인 병변으로 인해 발생하며, 운동 증상보다 20년까지 앞설 수 있다.

  • 우울증과 불안: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의 초기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

알파-시누클레인 시드 증폭 분석(SAA)

2023년, 파킨슨병 바이오마커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알파-시누클레인 시드 증폭 분석(seed amplification assay, SAA)**의 등장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PPMI(Parkinson's Progression Markers Initiative) 연구에서, 뇌척수액(CSF)의 SAA 검사는 파킨슨병 환자를 87.7%의 민감도와 96.3%의 특이도로 식별했다.

이 검사는 비정상적으로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이 정상 단백질을 '씨앗(seed)'처럼 오접힘시키는 특성을 이용한다. 프리온 질환 진단에 사용되던 RT-QuIC(real-time quaking-induced conversion) 기술을 변형한 것으로, 극소량의 비정상 단백질도 증폭하여 검출할 수 있다.

피부와 혈액으로도 가능해지다

뇌척수액 채취가 요추천자(lumbar puncture)를 필요로 하는 침습적 절차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부 생검과 혈액 검사를 이용한 SAA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4년 Lancet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는 피부 조직의 SAA 검사가 뇌척수액 검사에 필적하는 정확도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혈액 기반 검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공한다면 대규모 선별 검사의 문을 열 수 있다.

신경영상 바이오마커

도파민 수송체(DAT) SPECT 스캔은 현재 파킨슨병 진단에 사용되는 핵의학 영상 기법이다. 선조체의 도파민 수송체 밀도가 감소해 있으면 파킨슨병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뉴로멜라닌 MRI가 방사성 동위원소 없이 흑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뉴런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비침습적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이의 코: 파킨슨병을 냄새로 감지하는 여성

파킨슨병 바이오마커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스코틀랜드의 조이 밀른(Joy Milne)이다. 간호사였던 그녀는 남편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기 수년 전부터 남편에게서 '사향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챘다.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 그녀는 파킨슨 환자의 T셔츠를 거의 완벽하게 식별해냈다.

이 일화는 파킨슨병이 피지(sebum)의 생화학적 조성을 변화시킨다는 발견으로 이어졌고, 현재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피지 분석을 통한 비침습적 진단법을 개발 중이다.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은 단순히 일찍 알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신경보호 치료(neuroprotective therapy)가 개발되었을 때, 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적 창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여러 신경보호 후보 약물이 임상시험 중이며, 조기 진단 기술의 발전은 이들 시험의 성공 가능성도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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